우리가 흔히 말하는 우울증은 우울장애, 즉, 침울한 기분이나 의욕 저하 따위가
지속되는 정신 이상 상태의 하나이다.
조울증일까? 우울증일까?
솔직히 상관없다.
난 그냥 죽고 싶었다.
하지만 난 우울증을 극복했다고 자부한다.
내 블로그를 처음부터 본다면 익히 알겠지만
돈에 시달렸고, 일에 치였고, 그 과정에서 이혼도 했다.
이혼하기 전까지는 우울증은 없었다.
바닥이지만 함께 잘 이겨내며 오래오래 행복하자는 백년가약은 쉽게 끊어졌다.
서울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혼부부 청약을 선택했고, 그 때문에 혼인신고 부터 했다.
청약도 당첨이 되었다.
양가부모님들도 수십번은 서로 뵙고 인사도 드리고 기쁠 때나 슬플 때 함께 했었지만
고부갈등이라는 것이 발목을 잡았다.
내가 책임지기로 한 사람이기에, 또 말도 안되는 것으로 트집이라 생각했던 부모님을 원망하며 연을 끊겠다 했지만
6개월 간의 고부갈등으로 인한 고통은 결국 7년 간의 연애와 이혼이라는 결말을 맺고 난 혼자가 되었다.
혼인신고 한 지 3개월만이었다.
서론이 길었지만 이 때부터 나는 표현하기 힘들지만 종종 누군가 내 코를 막고 입에 물을 넣는 듯한 숨막힘과
아무 것도 하기 싫음, 괜한 짜증, 불특정인에게 화풀이를 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났다. 잠도 못잤다. 나흘을 못 자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했다.
죽고 싶었다.
사직서를 냈다. 다 끝내기 위해서.
돌이켜보면 난 참 축복받은 것 같다. 사직서를 제출한 나를 동료와 후배들이, 선배님들께서 나를
붙잡고 병원을 권유했다.
선배의 소개를 받아 한 시간을 달려 쭈뼛쭈뼛 병원에 갔다.
처음에는 의사가 이 말 저 말 하길래 아무말하지 않았다.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선배에게 누가 될까 염려되어서 그냥 갔던 것뿐...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었으니까...
1시간정도 거의 단답만 하던 나에게 의사가 구체적인 x살 방법이 있냐고 물었고
나는 답했다. 의사는 바로
"입원하셔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난 하기 싫었다. 그래서 "조금 시간을 주실 수 있나요?, 아직 정리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라고
했다.
의사는 "시간을 드릴게요. 대신, 다음 예약 시간에 꼭 만나야 합니다. 남자 대 남자로 약속하시죠" 라고..
이후 중견기업이었던 나의 회사는 설립 이후 최초로 우울증으로 휴직을 승인받은 직원이 되었다.
물론, 비밀리에... 다른 동료들도 알았을 수도 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고마웠다.
감사함을 느끼며,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갔고 일주일에 한 번씩 약속을 지키며 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생판 모르는 사람과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틴 것을 보면 나도 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나보다.
약은 일주일에 한 번씩 받았다. 약을 받기 위해서라도 병원에 갔다.
그래야 잠을 잘 수 있었으니까.
내가 살던 곳에서는 1시간 10분이라는 거리의 병원이었지만 가까운 병원으로 옮기자니
나의 사정을 또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고 싶지는 않았다.
감수하고 갔다. 어차피 나는 휴직 중이라 시간이 많았으니까.
그렇게 나는 점차 좋아졌다. 좋다라고 표현하기 뭐하지만, 나아졌다.
두서 없이 적었지만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병원에 가야한다.
가면 좋다가 아니라 가야만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병원에 가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내가 가진 고민거리들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
나는 등떠밀려 가긴 했지만 등떠밀어 주신 분들께 감사하며 살고 있다.
또, 누군가 등떠밀어주는 사람이 없다 한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검색해서 온 것이라 생각한다.
꼭 병원에 가서 완치가 되길 바란다.
물론 세상살이를 하면서 우울하지 않는 법은 없다.
하지만 우울하거나 슬픔이 영원하지도 않다.
누구나 아픔이 있지만 그 아픔은 분명 감당할 수 있을 것이고
감당하다보면 곧 기쁨과 행복이 찾아 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만약...정말 만약에
나이가 어려 돈이 없거나 그냥 돈이 없거나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그냥 이 글을 볼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면
전화번호와 주소를 이메일에 남겨주면 최대한 빨리...
이야기라도 들어주러 갈테니 꼭 당신이 생각하는 것 하지말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메일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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